그냥

빨래 이야기 (딸의 다이어리에서...)

풀꽃(muse417) 2008. 9. 1. 20:27

딸의 허락없이 사알짝 옮겨 봅니다....

어차피 홈피에 공개된 다이어리이기에....

 

빨래를 너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세탁기에서 삐삐 - 소리가 나자마자

내가 뛸수있는 최대한의 속력으로 순간 이동하여

허리를 깊게 숙여 두 팔과 머리를 세탁기안으로 푹- 집어넣어

인형 뽑기를 하듯 두손 가득채운 뽀송뽀송한 그 것들을 쇼파 한 칸에 몰아, 포개놓는다.

지 편한대로 팔다리 편히 뻗어 널부러져 있으면서도

촉촉히 물 먹은 눈으로 빤히 쳐다보는 빨래들이

오들오들 떠는 척을 하는 것 같다.

무튼.

탁탁- 털어내, 가로로 반 세로로 반

접어서 그 위로 쌓다보면

꼬기작하게 울상 지으며 아래에 깔린 빨래들은

눌린 댓가로 뜨거운 다리미에 눌릴 필요가 없이 빳빳한 새 옷이 된다.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무슨 모양이냐에 따라, 어느 계절이냐에 따라,

나만의 빨래 개는 법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환절기.

몇 달동안 여름옷만 개던 내가, 긴- 팔이 달린 옷을 개려는 순간.

긴 옷을 개는 법을 잊어 한참을 생각했다.

기껏해야 겨우 몇달 전 일일텐데.

겨우 몇 달 전 빨래 개는 법을 잊은 내가,

그 보다 오래 된, 

너와의 추억은 잊지 못하고 있다는게 .

 

내가 나에게,

또한번

스스로 위로를 해준다.

감싸준다 .

 

8.22. 딸의 다이어리에서....

 

 

가~~끔 딸의 미니홈피에서

아이가 써 놓은 글을 읽어 봅니다.

떨어져 생활하기에

그렇게 대하는 글은 아이를 보는듯 합니다.

 

대학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면서

빨래는 어느새 아이의 취미(?)가 되어 있었습니다.

 

방학동안 딸의 이 취미(?)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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