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간 내어 은행 일을 보러 갔다.
오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은행 일 보는 중이라 했더니 알았다며 그냥 끊으신다.
일 마치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오빠는
담담하게 새벽에 벌어진 상황을 이야기했다.
아주 차분하게...
아버지께서 쓰러지셨고
수술을 받으셨고
지금은 중환자실에 계시는데
괜찮아지셨다고...
내가 놀랠까봐 자세히 설명을 해 주셨지만 들리지가 않았다.
강철 같은 체력을 가진 아버지
80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무쇠 같은 체력에 대쪽 같은 성품을 지니신 아버지.
그런 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다.
소식을 들은 남편은 내가 쓰러질까봐 걱정하며 달려왔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심근경색....
큰일 날뻔 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의 심장을 멈춰 있었고
인공 심장 박동기를 달고 계셨다 했다.
오빠....
아버지 모시고 병원으로 향하면서
엄마 놀래실까봐 병원에 못오게 하고
그 새벽 혼자서 그 상황을 모두 감당했다.
그리고 모든 상황이 안정되었을 때
나와 동생에게 연락을 했다.
장남의 책임감이었을까....
오빠에게 남자 형제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래도 그 새벽 혼자서 그 힘든 상황을 감당했을까
미안하고 고맙고 안쓰럽고......
중환자실, 하루 2번의 면회
아버지를 뵈면 눈물이 날것 같았는데
아버지께서 웃고 계셨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며....
그렇게 이틀을 중환자실에 계시다
일반 병실로 옮기셨고
며칠 병원에 계시다 퇴원을 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엄마 혼자 아버지 곁에 계시는 게 힘들 것 같아
동생이 고향에 남아 부모님 곁에 있었기에
나는 바쁜 내 일상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동생과 내 딸이 나를 대신해 번갈아 가며
그렇게 자리를 지켜 주었다.
아버지가 퇴원을 하시며
모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퇴원하신 아버지를 뵈러
주말에 난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다.
엄마 모시고 장을 보고 돌아와
잠시 쉬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자꾸 가슴이 아프다신다.
그런 모습에 더 놀란 엄마.
통증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119를 부르면 좋겠다는 아버지를
내 차로 모시고 다시 응급실로 향했다.
살림만 하시고 바깥 일은 전혀 모르시는 엄마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엄마가 더 걱정이다.
네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는 엄마의 말씀.
어지간히 놀랜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입원...
일상으로 돌아갔던 동생은
엄마가 걱정되어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고.
외할머니 곁을 지켜주던 내 딸은
기숙사 입사를 위해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할아버지 할머니를 걱정하고...
든든한 오빠가 있어 큰 위안이었다.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는 오빠.
엄마께도, 동생들에게도 말 하지 못한
혼자만의 큰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이다.
오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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