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마음 아픈 수업시간..

풀꽃(muse417) 2008. 10. 14. 00:35

 

 

우리학교 음악실은 시설이 낙후되어 있다.

일반 책걸상에 피아노 한대...

그게 전부다.

 

그뿐 아니라 일반 교실과 가까이에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소리 수업하기 어렵다.

 

이런저런 이유로 음악 수업은

설명으로만 이루어진 수업을 해야하는

마음 아픈 현실이다.

음악 수업을 설명으로만 해야하다니....

노래는 물론이고, 악기도 해야하고, 작곡도 해야하고, 감상도 해야하는데....

 

그러다 교실 동냥을 시작하게 되었다.

컴퓨터가 있고 스크린이 있는 교실(도서실)을 찾아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말로만 하는 수업이 아닌 동영상 및 보여주는 수업...

훨씬 이해하기 쉬울 뿐 아니라 흥미도 있다.

백번 설명하는 것 보다 한 번 보는 게 낫지 않은가...

 

교향곡과 협주곡의 차이를 설명하는데

동영상 자료 하나면 간단한 것을.....

귀로만 듣는 감상보다 실제 연주장면이나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된 자료들이 얼마나 많은데....

 

악기수업도 그렇다.

운지법을 스크린에 띄워 함께 가면 편하고 쉬운데....

악보도 스크린에 띄워 함께 보면 설명과 이해가 훨씬 쉽다.

 

작곡 수업도 마찬가지다.

몇년 전 부터 용기를 내어 시작한 작곡 수업

경험이 쌓여가며 가르치는데 요령이 생기니

아이들이 재미있어 한다.

말로는 어렵다하는데 아이들이 써 놓은 곡을 보면 좋은 곡들이 생각보다 많다.

 

요즘 작곡 수업시간엔 아이들이 작곡한 작품 몇개를

악보 그리는 프로그램에 올려 함께 보고, 들어보고, 느낌을 이야기해 본다.

몇 작품 올려 비교해 가며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의 능력이 눈이 띄게 향상되어짐을 느낀다.

설명만으로 이루어지는 작곡 수업에선 생각할 수 없었던 현상이다.

 

오늘....

작곡 수행평가를 하느라 열심히 작곡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열악한 음악실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속이 상했다.

학년 별 작곡집을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이 일었다.

 

한달간 이루어지는 작곡수업은 내겐 고역이다.

작곡 수업 후엔 반드시 노트를 걷어

아이들이 만든 곡에 첨삭지도를 한다.

작곡 수업이 이루어지는 기간의 내 책상엔

아이들의 노트가 200~300권씩 쌓인다.

그래도 행복하다.

 

마음껏, 신나게, 재밌게 음악 수업을 할 수 있으면 정말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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