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추석 연휴에

풀꽃(muse417) 2008. 9. 18. 22:08

 

<9월 15일 딸의 싸이 다이어리>

 

 

추석 연휴로 버려진, 인적드문 기숙사는 며칠 째 침묵과 마주하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끊이지 않는 풀벌레 소리가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리에 제법 잘 어우러져 또하나의 곡을 만들어내곤 한다.

묵은 커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노란 햇살이

침대 위, 책을 펴들고 있는 나를 비춰주고,

마치 무대 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배우가 된 착각을 한다.

 

입을 닫아버린 기숙사 안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크게 음악을 틀어 놓고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을 읽는 것,

그 누구보다 뜻깊은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오랫만에 마주한 평화로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단한 선물.

 

 

엄마와 드라이브를 할 때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던 classic.

엄마와의 수다, 그리고 

음악에 대해 토론하고 인생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던 그때,

 

그때가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아침은 드셨으려나, 나의 마미.

 

 

 

추석날.....

딸을 학교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돌아왔습니다.

텅 빈 학교...기숙사....

남겨두고 돌아서는 마음이 애잔하였습니다.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자 메시지  (0) 2008.09.19
풀꽃의 아침...  (0) 2008.09.19
봉숭아 꽃물  (0) 2008.09.18
건드리기만 하여도  (0) 2008.09.17
마음에 내린 안개가  (0) 2008.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