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을 뽑고
흙을 고르고
돌을 골라내고
종일 쪼그리고 앉아
그렇게 텃밭을 맸다.
쉬어가며 하라는 말에
대답만 "네~" 해 놓고
여전히 쪼그리고 앉아
호미질을 해 댔다.
호미를 쥔 손도
쪼그리고 앉은 다리도
구부려진 허리도
그리고 어깨도 아프지만
그냥.......
몸살 난다 걱정하는 소리에도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해질녘까지 그렇게 호미질을 해댔다.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 끝이 아프다.
어깨도, 허리도....
일을 왜 그리 미련하게 하느냐는 핀잔에도
그냥 씨~익 웃고 만다.
그냥 그러고 싶었으니까....
오늘 다 하지 못한 일을 끝내러 내일 또 다시 가야겠다.
밭에도 가야하고
목욕 봉사도 가야하고
집안 일도 해야하고
시험 출제도 해야하고
운동도 해야하는데.....
내일도 하루가 바쁘겠다.
가끔은 나를 이렇게 혹사 시키는 것이
마음 편할 때가 있다.
가끔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