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미련 곰탱이

풀꽃(muse417) 2010. 6. 13. 00:04

 

 

풀을 뽑고

흙을 고르고

돌을 골라내고

종일 쪼그리고 앉아

그렇게 텃밭을 맸다.

 

쉬어가며 하라는 말에

대답만 "네~" 해 놓고

여전히 쪼그리고 앉아

호미질을 해 댔다.

 

호미를 쥔 손도

쪼그리고 앉은 다리도

구부려진 허리도

그리고 어깨도 아프지만

그냥.......

 

몸살 난다 걱정하는 소리에도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다.

 

해질녘까지 그렇게 호미질을 해댔다.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 끝이 아프다.

어깨도, 허리도....

 

일을 왜 그리 미련하게 하느냐는 핀잔에도

그냥 씨~익 웃고 만다.

그냥 그러고 싶었으니까....

 

오늘 다 하지 못한 일을 끝내러 내일 또 다시 가야겠다.

밭에도 가야하고

목욕 봉사도 가야하고

집안 일도 해야하고

시험 출제도 해야하고

운동도 해야하는데.....

내일도 하루가 바쁘겠다.

 

가끔은 나를 이렇게 혹사 시키는 것이

마음 편할 때가 있다.

가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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