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물들다 - 김정한
사랑이 소리없이 스며들었다
마치 건조한 스펀지에 수채화 물감이 살포시 스며 들듯이...
사랑은 그렇게 부드럽게 파고 들었다
한여름 이글거리는 햇살이 쌀알처럼 부서져 발가벗은 여인의 몸에 달라 붙듯이
사랑은 그렇게 미친듯이 파고 들었다
때이른 가을바람에 억새풀이 서로가 서로에게 뒤엉키듯이
사랑은 그렇게 사납게 파고 들었다
내려 앉아도 내려 앉아도 사랑의 시작과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 순간 인적 드문 낯선 간이역에도 사랑은 가고 또 오겠지
삶의 여행이 끝나는 시간이 오면 사랑도 멈추는 것일까
김정한시집 - 너를 사랑하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 中에서
출처 : 김정한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김정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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