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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먼 길

풀꽃(muse417) 2008. 12. 22. 13:19

 

 

 

 

먼 길 - 김정한

 

오늘도 어둠과 빛을 안고 먼 길을 떠난다

사랑,
그것은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만들듯...
너와 내가 새로운 사랑의 길을 만든다

이른 새벽 욕망의 숲으로 들어가
시퍼런 칼날에 몸이 베이고도 마음은 행복하다
선홍빛 핏망울로 물든 전신을 바라보아도...
한잔의 진토닉이 오렌지처럼 달콤하다

이젠,
함께하는 시간이 오래된 골동품처럼 편안하다
이젠,
함께기댄 삶마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다
이젠,
함께하는 고통마저 달콤하다

오랫동안 비에 젖은 손수건만한 꿈을 헹구어 햇빛에 넌다
너와나 마주잡은 손으로...

그 언제인가 내 눈물마저 따뜻해지는 날이 오면
너와나 함께 써온 일생의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떠나리라
이 세상 기분좋은 소풍을 마치며 당신과 먼 길 떠나리라

 

김정한시집 - 너를 사랑하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 中에서

출처 : 김정한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김정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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