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날이 지나 달력이 한장 한장 넘어가면서
집에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인지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커가고 있는 것 같다.
티비가 없는 우리 집.
할거라곤 컴퓨터와 책읽기 음악듣기 정도.
집에오면 영화보러 가기도 한결 수월해진다.
영화라면 껌뻑죽는 내가, 학교 앞에서 버스를 기다려 왕복 두시간 동안이나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니까
집엘 오면 영화만 보고, 책만 읽고, 음악만 듣고, 피아노를 치고
어찌보면 정말 심심할 일상일 것도 같지만,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일들 뿐이다.
내 앞에 꽃밭이 펼쳐져있는 것만 같다.
이런 천국이 또 어디에 있으랴.
그 좋아하던 티비와도 안녕 한지 거의 일년이 다 되간다 , 그 이상 되었을런지도 모르겠다.
티비가 없으니 엄마 아빠랑 마주보고 얘기하면서 웃는 일이 잦아졌다.
점점 더 가까워짐을 느낀다.
더 좋은 것 같다
행복하다.
집엘 오면 난 항상 혼자 영활보러 간다.
내 몸 챙기기도 너무 힘든데, 또 다른 누군가를 챙기지 않아도,
배려하지 않아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조금은 더 편하다.
그보다도, 깜깜한 어둠속에서 그 누구 신경 쓸 필요없이
온전히 나 혼자, 스크린과 마주하면서 오직 스크린에만 집중하는게,
그 순간이, 그 일초일초가 너무 좋다.
그래서 집에만 오면 난 영화관을 먼저 찾는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즈음, 모두가 서둘러 밖으로 나가고나면,
스크린 위의 자막과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릴 그 큰 영화관안에서 나 혼자 듣게되는 경우가 종종있는데, 그 순간을 나는 좋아한다.
자막이 모두 올라가고나서야 자리를 벅차고 무거운 발 한걸음 한걸음 떼어 밖으로 움직여 본다. 아쉬움을 뒤로한채.
이 순간을 또 언제 느낄 수 있을까, 아쉬움을 뒤로한채.
한시의 느긋함과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학교에선 접하기 힘든 이러한 상황이 미친듯이 그리웠었다.
나에겐 이러한 시간들이 꼭 필요했었는데, 꼭 필요한데.
말라가는 화분에 물 한바가지 부어준 기분.
활기를 되찾았다.
무튼
집에오니 내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생겼고
여기저기 바쁘게 치일일도, 눈치 볼 일도 없어졌다.
하루가 너무 편하다 내 세상같게만 느껴진다.
이처럼 좋은게 없는 것 같다.
모두가 다 내 편인 것만 같다.
그냥 좋다.
좋다.
너무 좋다.
(10.05. 딸의 싸이 다이어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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