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서성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서성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출처 : 김정한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김정한 원글보기
메모 :
'풀꽃방 > 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지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0) | 2010.06.16 |
---|---|
[스크랩] 봄바람 편지.. (0) | 2010.06.13 |
[스크랩] 당신 때문에 난 늘 아픕니다 - 김정한 (0) | 2010.05.26 |
[스크랩] 봄바람 편지.. (0) | 2010.05.09 |
[스크랩] 그대를 위해서.. (0) | 2010.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