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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살구꽃/안도현 시, 이수진 곡,노래

풀꽃(muse417) 2009. 3. 28. 07:25






살구꽃

                                                          안도현 시, 이수진 곡,노래 


내 마음 이렇게 어두워도
그대 생각이 나는 것은
그대가 이 봄밤 어느 마당가에
한 그루 살구나무로 서서
살구꽃을 살구꽃을 피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하고 그대하고만 아는
작은 불빛을 자꾸 깜박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낭송)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는 일이지요
그리움이라는 신호, 외로움이라는 신호, 아픔이라는 신호를 말이지요
내가 그대를 생각한다는 것,
그것은
내가 보내는 신호가 그대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뜻이지요








 




밤에 스스로 불을 밝히는 살구나무 발전소
                                                   
                                                                
                                                                     /글 안도현



아침에 피었다가 낮이 되면 그만 꽃잎을 닫아버리는 꽃이 있다
나팔꽃이 그렇다
그리고 밤에 피었다가 아침이 되면
스르르 눈을 감고 자는 척하는 꽃도 있다
달맞이꽃이 그렇다
그런데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꽃잎을 열어놓고
자신을 과시하는 꽃들이 있다
봄꽃들이 대체로 그렇다
그 중에서 살구꽃이나 벚꽃은 대낮보다 오히려 밤에 자신의 존재를 더 드러내는 듯하다
그래서 밤벚꽃놀이라는 말도 생겨났을 터이다

살구나무는 벚나무처럼 가로수로 줄지어 심는 경우가 드물다
어느 집 마당 한쪽에 겨우 한 그루쯤 서 있을 뿐이다
달도 없는 밤에, 길을 더듬어 밤길을 걷다가 온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서 있는
살구나무를 한 그루 만났다고 생각해봐라
꽃잎 하나 하나가 1촉 전구알쯤 될까 싶은
수천, 수만의 1촉 전구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살구나무를 밤에 보았다고 생각해봐라
그래서 스스로 발전소인 동시에 스스로 커다란 전구가 되어 서 있는
살구나무를 맞닥뜨렸다고 생각해봐라

혼자서는 보기가 아까울 것이다
그리하여 당신은 그 살구나무 발전소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멀리 있는 것, 손에 금방 잡히지 않는 것
그것을 알고 당신은 꽃 핀 살구나무에다 보고 싶은 그 사람을 대입시킬지도 모른다

그 많고 환한 살구꽃이,
그 사람이 당신에게 보내는 신호인지도 모른다고,
혼자서,
봄밤에 혼자서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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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팔꽃 - 살구꽃


 




 

출처 : 살구꽃 피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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