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방/글 모음

[스크랩] 그대가 그립다 - 김정한

풀꽃(muse417) 2009. 7. 21. 22:03

 

 

 

 

 

 

그대가 그립다 - 김정한

 

언 강 풀리듯 찾아온 설레임

어김없이 작은 불꽃되어 당신에게로 갑니다

 

내 살결에 살짝 닿은 당신의 눈길에서도

편안히 숨쉬는 당신의 호흡소리에서도

알 수 없는 향기가 납니다

몸이 가늘어져 비틀거립니다

가로등 아래 춤추는 빗방울처럼...

 

어쩌면 넘기힘든 모래 언덕일거라 생각했던 당신

이정표도 없었던 당신에게로 가는 길

편히 오라며 없던 길까지 만들어 주신 내 님

이제는 급한 물살 피하기 위해 아픈 몸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느림의 미학으로 천천히 한 발 한 발 다가가겠습니다

 

당신

어제도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다가와 주십시요

세찬 비바람에도

더 이상 쓰러지지 않게...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당신에게로 난 길로 들어가

당신이라는 큰 바다에

닻을 내릴 때 까지 이끌어 주십시요

당신에게 가기 위해 오래도록

거센 비 맞으면서도 눈물로 서성이던 저에게

이젠, 슬픔이 스며들지 않게 이끌어 주십시요

 

슬픈 물길만 흐르던 내 가슴이

아픔으로 절룩거리지 않게

당신 맑은 가슴으로 안아주십시요

희디흰 눈처럼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당신의 사랑으로

내 슬픔, 내 아픔 내 영혼까지 껴안아 주십시요

사랑하는 당신

당신이 있어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살았습니다 

 

김정한시집 - 너를 사랑하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 中에서

출처 : 김정한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김정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