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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대가 그립다

풀꽃(muse417) 2008. 12. 17. 08:43

 

 

 

그대가 그립다 - 김정한

 

당신,
기억하지 않으려 했는데... 애써 지우려고 했는데...
삭제버튼이 눌러지지 않습니다

오늘 또다시 뇌리에 빙빙 멤도는 것은 당신 이름, 당신의 얼굴입니다

 

당신 말 한마디에 까르르 웃고, 당신 말 한마디에 그렁그렁 눈물 보이던 나날들
이제는 애써 아닌척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보고프면 보고픈 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며 살기로 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마냥 함께 있어야 할 것 같고, 혼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하지만 늘, 빛과 어둠이 함께 하는 그런 것이겠지요
만남도 사랑이지만 기다림 또한 사랑이겠지요

 

강물에도 길이 있듯이 당신에게 가는 길, 여전히 보이지는 않지만

강물에도 저만의 길이 있는 것 처럼 사랑에도 길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강물처럼 흘러, 그 어느 종착지에서 당신과 나

환히 웃으며 만나리라 믿기에 천천히 낮은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늘 그랬듯이, 마음 편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슬픔, 고통도 이젠 별처럼 반짝이고 아름답습니다

오늘도 기다림의 잔치가 곧 끝나 주길 기도하면서

바람 편에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김정한시집 -너를 사랑하다 사랑하는 방법을 알았다 - 中에서

출처 : 김정한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김정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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