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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풀꽃(muse417)
2008. 12. 11. 08:26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 김정한
내 안에 얼었던 강물이 녹아 당신에게로 흘러갑니다.
강 언저리에 손을 담그고
당신집 조금 열린 문을 향하여
내 작은손 억지로 들이밀며 참 외로웠던 겨울을 떠나 보냅니다.
스치는 바람 결에 페로몬 향기인지, 곧 피어날 들꽃 내음인지
참좋은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봄이 오면 제주도에는 유채꽃이, 저기 남쪽 바닷가 광양만에는
매화꽃이, 산수유꽃이 춤을 춘다는데,
이제 내안에도 봄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꼭 손잡아 주며 들어오라 말하실 것 같아...
애써 소리없는 울음을 혼자 삼키며
열려진 문틈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하지만 말없음표만 남기는 당신,
이제 곧 두손 내밀어 주시겠지요.
그렇게 믿고 바람편에 안부를 전합니다.
당신 잘 계시느냐고,
아픈데는 없으시냐고,
그리고 다시 발길을 돌립니다.
아주 좋은 날,
당신 내게 오시는 따뜻한 봄날에는
익을수록 맛이 나는 모젤란드아이스바인(Moselland Eiswein)처럼,
익을수록 향기로운 lbcrico치즈처럼,
익을수록 달콤해지는 그런 love을,
당신과 둘이서 하고 싶습니다.
김정한시집 - 너를 사랑하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 中에서
출처 : 김정한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김정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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