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허무(虛無) - 손범주의 생황연주
허무(飛天)
생 황 : 손 범 주 신 디 사 이 저 : 한 은 경
'울밑에선 봉숭아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의 선율이 떠오른다. 생황과 신디사이저의 반주로 연주되는 이 곡은 제목 <허무>가 주는 느낌 그대로 허무하다. 주제선율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
국립국악원 연주원이자 21세기피리음악연구회와 월드음악실내악단 orientallica의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리연주가 손범주가 기획, 작곡, 연주한 음반 「비천(飛天)」이 서울음반에서 나왔다.
이 음반은 같은 월드음악실내악단의 맴버로 활동중인 김창수(서울대 작곡과 졸업, 인도 성악 및 기악 10년간 수학)와 김경수(연세대 졸업, 세계타악기 연주가)가 참여하여 함께 만든 음반이다. 이들은 3년전부터 orientallica라는 이름의 실내악단을 결성하여 공연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금년 12월 창단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 악단은 한국, 중국, 인도, 일본 등 동양의 여러 악기를 바탕으로 각 국의 전통음악을 새롭게 해석하여 세계적 보편성을 확보한 월드뮤직을 만들어 보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되었다.
최근 들어 선(禪)에 대한 관심이 열병과 같이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명상음악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명상음악들은 대개 전자악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 자연의 소리와는 거리가 있는 음악들이 대부분이다. 호흡을 통해 우주의 기를 모아 태초의 자연인 상태로 돌아가자는 선(禪)에서 이러한 전자음향에 의한 음악을 통해 명상의 깊은 단계로 몰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자연의 재료로 만든 악기야말로 자연의 소리, 즉 우주의 소리를 담은 태초의 소리가 아닐까? 자연의 재료에 바탕을 둔 동양의 악기와 가식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발성(發聲)에 의한 인성(人聲)을 담고 있는『비천』은 자연의 소리에 목말라있는 현대인들의 메마른 마음을 열어 위로하며 편안한 안식을 주기에 제격이다.
생황 연주 되살리는 국립국악원 손범주씨
한국일보 2004-10-22
생황은 아주 오래된 악기다. 중국에서는 3400년 정도, 우리나라에서는 문헌기록상 1700여년의 역사를 지녔다. 조선시대 중기까지만 해도 나라의 큰 행사 특히 문묘나 종묘의 제례음악에서 반드시 쓰이던 것이지만, 지금은 ‘수룡음’ ‘염양춘’ ‘영산회상’ 같은 몇 곡만 남아있다. 생황의 전승이 원활치 못했던 까닭은 악기제작법, 음정 조절, 다른 악기와의 합주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 시절 아악을 정비할 때, 이 국가적 음악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였던 음악학자 박연이 생황의 원형, 즉 바가지 울림통의생황을 복원했지만, 바가지라는 게 워낙 잘 깨지는데다 이후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차례로 겪는 동안 많은 악사와 악공, 악기가 소실되면서 맥이 거의 끊어졌다.
18세기 들어 청나라에서 생황이 많이 수입되면서 선비들의 풍류방을 중심으로 사랑받는가 싶더니 다시 잊혀져 오늘에 이른다.
국립국악원에 몸담고 있는 연주자 손범주(42)씨는 생황에 관한 한 국내 최고의 권위자다. 대금이나 피리 연주자들이 부수적으로 익히던 생황을 10여년 간 중국을 오가며 본격적으로 배웠다. 생황 연주법 뿐 아니라 제작법, 역사와 음악까지 깊이 공부했다.
그가 종묘제례악에서 사라져버린 생황의 자리를 되찾는 뜻 깊은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25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국립국악원의 여러 동료 연주자들과 함께 생황이 포함된 종묘제례악을 연주한다. 다른 악기 소리들을 이어주고 감싸주며 받쳐주어 더욱 풍성한 소리를 빚어내는 생황의 역할을 재발견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는 이번 공연을 ‘생황의 원형을 복원했던 박연 선생과 만나는 자리’로 표현한다. 500년 박연 선생이 했듯 오늘날 자신이 복원한 생황으로 종묘제례악의 빈 자리를 채워넣는 작업이라는 뜻에서다.
서양음악으로 치면 옛 음악을 당시 악기와 편성, 주법으로 복원하는 이른바 정격ㆍ원전연주에 해당되는 공연이다. 생황의 빈 자리를 복원하고 오늘의 음악, 오늘의 악기로 보급하는 것을 자신의 의무로 여기고 있는 그는 생황이 있던 옛 음악을 찾아서 되살리는 한편, 생황을 위한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연주할 계획도 갖고 있다.
생황(笙簧)
삼국시대부터 사용되었던 관악기의 하나로 몸통은 본래 바가지[匏]로 만들었으나, 요즈음은 나무로 만들고, 몸통 위에 가느다란 대나무 관을 꽂는데, 관의 아래 부분에 얇은 쇠청(金葉, reed)을 단다. 몸통에 붙은 취구에 입을 대고 숨을 내쉬거나 들여 마실 때 쇠청이 떨려 하모니카 비슷한 소리를 내는데, 동시에 두 소리 이상을 낼 수 있다. 옛날에는 죽관(竹管)의 수에 따라 화(13관)·생(17관)·우(36관) 등으로 구분하였으나, 조선 후기부터 17관의 생황이 주로 쓰이는데, 관 하나는 윤관(閏管)이라 소리내지 않으므로, 그 음역은 12율4청성이다.
삼국시대에 고구려와 백제음악에 사용된 기록이 보이며, 상원사 동종의 부조에도 보인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와 조선 초기에는 중국에서 들여오기도 하였으나, 세종 때에는 국내에서 제작하기도 하였다.
조선 전기에는 궁중의 제례의식에 사용되었고, 조선 후기에는 가곡 등의 반주에도 쓰였으나, 오늘날에는 독주악기로 사용되지 못하고 단소와의 2중주에 주로 쓰인다
허무(虛無) - 손범주의 생황연주 |